“저런 사람도 있네.”
줄을 선 사람들 앞으로 누군가 끼어들고, 항의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화를 내는 영상을 봤다고 해봅시다. 어이없어서 댓글을 엽니다.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지 읽고,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따라갑니다. 영상은 짧았는데, 그 아래에 머문 시간은 제법 깁니다.
누군가의 친절한 행동을 담은 영상은 흐뭇하게 보고 지나쳤으면서, 불쾌한 장면에는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보고 싶어서 본 것은 맞지만, 보고 난 기분까지 좋지는 않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인상 깊었던 ‘부정 편향’은 이 이상한 선택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무엇이 좋아서 오래 보는 걸까요. 혹시 화가 나서 눈을 떼지 못하는 때도 있는 걸까요?
불쾌한데도 왜 더 보게 될까
하리는 길가에서 꽃을 나눠주는 사람과 자동차 사고를 비교합니다. 꽃을 보는 편이 더 즐거울 텐데, 사람들은 사고 현장에 더 오래 눈길을 준다는 것입니다. 책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체로 우리는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본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203쪽

책은 이런 모습을 ‘부정 편향’으로 설명합니다.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주의가 더 쏠리는 경향입니다. 반가운 일도 있었는데 불쾌했던 장면을 더 붙잡고 있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우리의 눈길을 붙잡는 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늘 같지는 않습니다. 사고를 구경한다고 사고가 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무례한 사람의 이야기를 오래 읽었다고 그런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 경향과 맞닿은 연구도 있습니다. 2023년 발표된 연구는 미국 온라인 매체 업워디에서 같은 기사에 서로 다른 제목을 보여준 실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부정적인 단어가 들어간 제목일수록 클릭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열어볼지 고르는 순간에도 부정적인 표현이 눈길을 끈 것입니다. 연구 원문
오래 본 장면으로 세상을 판단한다면
지난 글에서는 인물의 사정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독서를 살폈습니다. 이번에는 불쾌한 행동 하나에 눈길이 붙잡힐 때, 무엇을 놓칠 수 있는지 생각해보려 합니다.
불쾌한 이야기를 오래 따라간 뒤, 그 몇 장면으로 사람들 전체를 판단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앞의 새치기 영상으로 돌아가 봅시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행동이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댓글에서 비슷한 사례를 여럿 읽고 나면 “요즘 사람들은 왜 다 이럴까”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내가 확인한 것은 몇 가지 사례인데, 판단의 대상은 어느새 사람들 전체로 넓어집니다.
그 사이 영상 속에서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배경이 됩니다. 항의한 사람이나 상황을 진정시키려던 사람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무례한 행동만 따라가면, 그 장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이것은 부정 편향이라는 개념에서 이어 생각해본 문제입니다. 눈에 잘 들어오고 오래 바라보게 된 장면이, 실제로 가장 흔한 장면인지까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내가 오래 본 모습이 세상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집중력의 문제도 여기에서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댓글을 한참 읽었다면 분명 한 가지에 오래 주의를 기울인 셈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상대를 이해하거나 사건을 파악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별도로 물어야 합니다. 무엇에 집중했는지에 따라 남는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계속 읽기 전에, 무엇을 알고 싶은지
나쁜 소식에는 알아야 할 일이 담겨 있습니다. 위험을 피하거나 부당한 일을 바로잡으려면 불편한 사실도 살펴야 합니다. 그런 소식을 읽고 화가 나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건의 내용은 이미 알았는데, 같은 비난을 반복해서 읽고 있다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이제는 내 생각과 같은 댓글을 하나 더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다음에 그런 글을 읽을 때 “여기서 더 알고 싶은 게 무엇이지?”를 한 번 물어보려 합니다. 사건의 앞뒤 사정인지, 피해를 막을 방법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인지 짚어보는 것입니다. 읽을 이유가 분명해지면 무엇을 더 찾아봐야 할지도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의 영상으로 돌아가면, 새치기한 사람에게 화가 난 마음은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의 행동 하나가 나머지 사람들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줄을 지키던 사람들도 그 장면에 함께 있었으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런 우리의 반응을 SNS가 어떻게 학습하고 이용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읽은 대목과 참고자료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203쪽의 꽃을 나누는 사람·자동차 사고 비교와 부정 편향 설명. 제공된 사진 13번과 14번 첫 문장, 전사문을 대조했습니다. 14번 사진에는 쪽수가 보이지 않으며 정확한 판본·쇄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Robertson 외(2023), Negativity drives online news consumption, Nature Human Behaviour 7, 812–822. 미국 매체 업워디의 2013~2015년 제목 실험 자료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클릭에 관한 결과를 사용했으며, 체류시간이나 독자의 감정·세계관 변화에 관한 증거로 확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