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4편 — 책을 읽으며 우리는 무엇을 연습할까?

“결국 다시 만난다고? 왜?”

소설 한 권의 줄거리를 몇 줄로 읽었다고 해봅시다. 두 사람이 사랑했고, 헤어졌으며, 몇 년 뒤 다시 만났다는 것까지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상처받은 사람이 왜 다시 상대를 만나기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독서 이야기는 이 차이를 생각하게 합니다. 지난 글에서는 원하는 일에 몰입할 조건을 살폈습니다. 이번에는 한 이야기를 오래 따라가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경험하는지 들여다보려 합니다.

줄거리만 읽으면 무엇을 놓칠까

하리는 화면에서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찾는 읽기를, 붐비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집어 들고 서둘러 빠져나오는 모습에 빗댑니다. 필요한 것을 얻으면 곧바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읽기는 생활에 유용합니다. 기차 시간을 알아보거나 요리법에서 재료의 양을 확인할 때는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소설에서도 다음 사건과 결말만 찾아 건너뛴다면 어떨까요?

누가 떠났는지는 알지만, 떠나기 직전까지 무엇을 망설였는지는 놓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던 행동이 뒤의 장면에서 다르게 보이는 경험도 줄어듭니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며 느낄 수 있었던 안타까움이나 놀라움이 빠지는 셈입니다.

하리는 빠르게 정보를 찾는 방식이 독서까지 번지면, 긴 글에 머무는 즐거움을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읽기가 버거워지고, 재미를 느끼지 못해 더 멀어지는 흐름입니다.

인물의 사정을 알면, 그 선택도 달라 보일까

그렇다면 이야기를 따라 읽는 동안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책에서 하리와 대화한 레이먼드 마는 소설을 읽으며 인물의 동기와 목표를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그는 이를 두고 “그것은 일종의 연습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가령 소설 속 누군가가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해봅시다. 그 행동만 보면 비겁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 인물은 사실을 털어놓았다가 소중한 관계를 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 말을 삼켰다는 사정을 알게 됩니다.

책을 읽는 사람 옆으로, 친구를 향해 웃으면서 등 뒤로 자기 옷자락을 움켜쥔 인물의 모습이 이어지는 삽화.
그 사람이 한 행동 뒤에는, 아직 읽지 못한 사정이 있습니다. (AI 생성 삽화)

거짓말이 옳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고 묻던 자리에서, “저 사람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행동을 보면서도 살피는 내용이 달라집니다.

책에 등장하는 레이먼드 마와 동료들의 관련 연구에서는 소설을 많이 접한 사람이 눈 주변 사진으로 상대의 마음 상태를 짐작하는 과제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독서가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 원래 타인의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이 소설을 더 읽었는지는 이 연구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보고 싶은 것은 독서 중에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인물이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어떤 사정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는지 따라갑니다. 이야기를 읽는 시간은 내 경험 밖에 있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한 장면이라도, 인물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이렇게 보면 책을 읽은 뒤 남길 질문도 조금 달라집니다. 몇 쪽을 읽었는지에 더해, 어떤 인물의 마음이 처음보다 더 이해됐는지도 물어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했던 선택이 뒤에서는 다르게 보였는지, 같은 사건을 다른 인물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사정을 알고도 동의하기 어려운 행동은 남을 수 있습니다. 이해하려 애쓰는 일과 그 선택에 찬성하는 일은 다르니까요.

저는 다음에 이야기를 읽을 때, 마음에 걸리는 장면에서 잠깐 멈춰보려 합니다. 다음 사건을 확인하기 전에 “이 사람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를 한 번 떠올려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지나쳤던 말이나 행동이 그 이유를 알려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입에서 떠올린 두 사람이 왜 다시 만났는지도,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덮었을 때 줄거리와 함께 한 사람의 사정도 기억에 남는 독서를 해보고 싶습니다.

읽은 대목과 참고자료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중 정보를 빠르게 찾는 읽기와 독서의 즐거움, 소설 속 인물의 동기와 목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룬 대목. 제공된 사진 11·12와 전사문을 대조했습니다. 사진 번호는 쪽수가 아니며, 쪽수와 정확한 판본·쇄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본문에 연결한 Mar 외(2006), Bookworms versus nerds: Exposure to fiction versus non-fiction, divergent associations with social ability, and the simulation of fictional social worlds. 독서 경험과 사회적 인지 과제의 관련성을 다룬 연구이며, 독서의 인과적 효과를 입증한 자료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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